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베 피셔 교수와 최석영 박사과정 학생 논문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하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실험실에서 검증할 길을 국내 연구진이 열었다. 물리천문학부 우베 피셔 교수와 최석영 박사과정 학생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체를 이용해 인플레이션 이론이 맞는지 실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담은 논문을 내놨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가 처음에는 천천히 커지다가 어느 순간 빛보다 빠르게 급팽창하고 다시 느리게 확장했다는 이론이다.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인 빅뱅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대부분 해결해 빅뱅이론을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인플레이션 이론은 '초 플랑크영역의 문제'라는 다른 난제를 발생시켰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 생성 직후 '10의 마이너스 32제곱 초'라는 짧은 시간에 자연상수의 60배가 넘는 속도로 팽창했다고 본다.
이처럼 '팽창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인플레이션 이론이 맞으려면 거대한 우주가 현대 물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영역인 플랑크영역보다 작은 곳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검증을 어렵게 했다. 피셔 교수와 최 연구생은 쌍극자모멘트를 가진 원자나 분자로 이뤄진 극저온 양자기체를 절대 0도에 가깝게 냉각시켜 얻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체로 인플레이션 이론을 확인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마쳤다.
이들은 "초기 우주에 관한 연구는 그간 실험과 거리가 먼 이론적인 분야였다"면서 "우주의 시작을 재현하는 진정한 의미의 실험은 불가능하지만, 응집물질이나 극저온 양자기체를 팽창하는 실험으로 초기 우주를 비유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연구의 기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물리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로 꼽히는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