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서울대학교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의 비전과 역량을 믿고 변함없이 성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우리 대학의 74번째 돌을 함께 축하해 주십시오.
1946년 개교 이래 서울대학교는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간 경험했던 어려움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따라서 미리 준비할 수도 없었던 미증유의 역경이었습니다. 특히 교류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대학 생활 자체가 타격을 받고 있기에 학생들이 가장 큰 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학습과 연구를 이어나가고 직무를 수행하며, 의연하게 서로를 격려하는 서울대학교 모든 구성원이 자랑스럽습니다.
생일날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의 나를 가능케 해 준 분들께 감사드리고, 미래 계획을 세우며 현재를 점검해 봅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사에서 뜻깊은 해입니다. 6.10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고초를 겪으셨습니다. 그런 고귀한 희생 덕분에 오늘 우리는 자유를 향유하며 학문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대의 지난 74년을 돌아보며 이번 생일에는 이처럼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동문님들을 기리고자 합니다.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하여 전사한 분들과 4.19혁명에 참여하여 희생당한 분들께는 과거에 명예졸업장을 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분들도 있어, 이 분들을 위한 신고 및 조사사업을 재개하겠습니다. 또한 민주화 운동 중에 돌아가신 분들과 아직 학적 회복이 안 된 분들을 위한 명예졸업장 수여 사업도 추진하겠습니다. 이 분들은 서울대학교를 빛내신 분들이고, 우리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분들입니다.
또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부당징계나 강제징집 등을 당해 심한 고통을 겪은 분들도 계십니다. 당시 강압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나, 대학이 자율성을 지켜가면서 학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했던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분들께 오래 전에 전했어야 할 진심의 위로와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러한 반성을 통해 현재의 우리는 사회발전을 위해 얼마나 치열히 고민하고 있는가, 양심의 자유와 학문기관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해 봅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74년간 여러 굴곡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어수선했던 건학 초기의 혼란을 넘고 6.25전쟁 시 피난지에서의 전시연합대학체제를 거쳐, 관악으로의 캠퍼스 종합화, 국립대학법인으로의 출범 등 커다란 변혁들을 거치면서, 변함없이 학문의 수월성과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하였고 이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작년 개교기념식사에서 앞으로 서울대학교의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교육 제도를 개선하여 학제간 융합연구와 교육을 확대하고, 연구의 효율화와 학술역량을 강화하며, 인공지능과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산학협동이 효율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지난 1년간 서울대학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 왔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설립하였고,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의 융합전공을 개설하였습니다. 시흥캠퍼스의 1단계 사업이 완공되었고, 낙성대와 대학동의 벤처밸리 사업도 출범하였습니다. 교육부의 대학원 육성 BK21 사업에서 가장 많은 사업단(팀)이 선정되었으며, 멀지 않은 미래에 최소 10개 학문분야에서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SNU 10-10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대학 안팎으로 크고 작은 일이 많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기도 하고, 짐작하지 못한 행운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국민적 성원과 기대에 맞추어 연구와 교육역량을 높여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꿈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며 성찰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우리 자신과의 약속들을 신실하게 실천해 나간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속에서도 각자 제 자리에서 묵묵히 분투하고 계신 서울대 구성원과 동문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의 역경도 함께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정성을 쏟아 서울대학교를 명실상부하게 구성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학,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세계가 존경하는 대학으로 계속 성장시켜 갈 것입니다. 서울대의 노력과 열정이 국민들께 도움과 희망을 드리기를 바라며, 모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