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 대학이면서도 역사를 바꾸어낸 서울대와 베를린자유대학 공통점
- 괴테외 실러의 만남처럼 상이한 세계의 만남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것
졸업 축사하는 페터 앙드레 알트 베를린자유대학 총장
“Glückliches Ereignis” (기쁜 일입니다)
2017학년도 입학식에서는 간간히 독일어가 들어간 축사가 있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페터 앙드레 알트(Peter-André Alt) 총장이 입학생들에게 축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참석한 것이다.
베를린자유대학 총장이자 저명한 독문학자로 알려진 알트 총장은 233년 전 세기의 문호 괴테와 실러가 처음 만나 기쁜 일(Glückliches Ereignis)이라는 책을 펴낸 이야기를 전했다. 두 개의 다른 철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기쁜’ 만남이 독일 사상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알트 총장은 입학식 축사를 통해 2차대전 종전 후 세워진 신생 대학이면서도 역사를 바꾸어 낸 두 명문 대학 서울대와 베를린자유대학의 과거와 미래를 비교하고 조망하였다.
알트 총장에 따르면 베를린자유대학은 2차 세계대전 폐허 속에 이념으로 동서로 갈라진 독일에서 1948년 자유를 갈망하는 서독 지식인들의 염원으로 탄생하였다. 서울대학교는 한국이 오랜 식민지배의 상처에 더해 냉전으로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1946년 교육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설립되었다.
1946년 설립된 서울대학교의 이념은 ‘진리(Veritas)’와 ‘희망(빛, Lux)’이고, 1948년 탄생한 베를린자유대학의 가치는 ‘진리(Veritas)’, ‘정의(Ivstitia)’, ‘자유(Libertas)’이다.
서울대학교 정장(왼쪽)에는 펼쳐진 책 속에 진리(Veritas)는 나의 빛 (Lux Mea)이라고 적혀 있고,
베를린자유대학 정장(오른쪽)에는 진리(Veritas), 정의(Ivstitia), 자유(Libertas)가 적혀 있다.
알트 총장은 “서울대학교는 1946년 설립이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지혜와 용기로 이끌어 온 대학”으로 “오늘 날에는 학문적 우수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자신이 이끌고 있는 베를린자유대학은 “유구한 전통의 대학들이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유로운 대학’ 그 자체를 부르짖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세운 ‘자유대학’”이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서울대학교가 재건되기 까지는 미네소타 프로젝트 등 국제사회의 폭넓은 원조가 큰 몫을 차지하였다. 알트 총장은 베를린자유대학의 급속한 성장 역시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자유서방세계’의 이름으로 연대한 국제사회가 서베를린의 자유대학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를린자유대학은 당시의 경험을 잊지 않고 이념적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의 학자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알트 총장은 글로벌 정치에서 국가주의가 강화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며, 나와 다른 상대를 편견 없이 만나고 이해하는 ‘기쁜 일’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방한 취지를 가름했다.
이 날 열린 입학식에서는 학부 신입생 3,363명, 대학원 신입생 3,360명이 입학하였고, 입학식에 참석한 지인들로 체육관은 5천석이 모두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