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내 박테리아가 유전돼 여성 비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여성 생식기 내 미생물집단이 유전 영향을 받고 그중 특정 박테리아가 여성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이 밝힌 해당 박테리아는 '프리보텔라'로 질 내 미생물 중 잠재적 유해균에 해당한다. 프리보텔라가 많아지고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가 줄어들면 다른 요인과 함께 세균성 질염 등 여성 질환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여성 생식기 내 미생물집단의 유전적 영향에 주목했다. 인체 유전인자의 질 내 박테리아에 대한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적 요인을 알아보는 최적 연구 대상인 한국인 여성 쌍둥이를 포함한 542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 연관성이 가장 높은 일란성 쌍둥이의 질 내 미생물집단이 제일 유사했다. 이는 인체 유전에 의해 질 내 미생물집단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질 내 미생물집단 중 하나인 프리보텔라 박테리아는 락토바실러스와 함께 인체 유전적 요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인체 면역유전자 중 하나인 'IL5'의 단일유전자 변이에 따라 프리보텔라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프리보텔라가 비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중점 제시했다. 12주 고지방 식이요법으로 비만을 유도한 쥐에게서 프리보텔라가 증가하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특히 비만을 유도한 쥐의 질 내 미생물을 일반 쥐로 이식시키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표로 살펴볼 수 있는 내독소혈증(혈류에서 박테리아 내독소가 생기는 현상으로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을 유발)이 나타났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리보텔라와 같은 질 내 미생물이 비만 등 대사성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밝혀낸 셈이다.
고 교수는 "향후 질염이나 조산 등 질환에 있어 미생물 군집유전체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비만은 아이의 지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성인 비만에 대한 학계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아동건강 및 인간발달 국립연구소(NICHD) 소속 연구원들은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출산한 산모 5000여 명이 낳은 아이들에 대해 생후 4개월째에 첫 발달 검사를 한 후 만 3세가 될 때까지 총 7차례 검사를 했다.
산모들은 이번 조사에 참여할 때 임신 전후의 본인 체중·건강정보와 함께 배우자 혹은 동거 파트너의 체중을 연구진에게 제공했다.
조사 결과 비만 산모의 아이들은 운동신경 미세조정에 관한 지표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할 확률이 정상 체중 산모의 아이들보다 70% 가까이 높았다.
비만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타인과 얼마나 잘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인·사회 영역의 검사에서도 기준에 미달할 확률이 정상 체중 아버지를 둔 경우보다 75% 높았다.
특히 부모가 모두 비만인 아이들은 검사 중 문제 해결 영역에서 기준에 미달할 확률이 정상 체중 부모를 둔 아이들의 거의 3배에 이르렀다. 물론 부모 비만이 아이의 발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논문 저자들은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 비만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태아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