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새내기 배움터에서 이뤄진 선후배 간 인권교육
올해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합격한 A군은 2박 3일간의 새내기 배움터 전날 걱정이 앞섰다. 새내기 배움터의 강제적인 음주문화, 선배들의 군기 등 걱정되는 소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과는 정반대로 A군이 마주한 새내기 배움터의 모습은 선배들의 환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만남’의 장이었다. 특히 A군이 가장 놀랐던 것은 1시간 동안 선배들이 직접 진행한 인권, 성평등, 장애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강사가 아닌 선배와 함께하는 인권교육을 통해 A군은 진정한 사회인, 지성인으로서의 서울대학교 새내기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대학의 새내기 배움터 문화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과거 강제적인 술 문화와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서는 인권 교육센터에서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은 선배들의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수평적인 선후배의 교류 자리를 만들었다.
“기존에 진행되던 인권교육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출발 직전 발표 형식의 정보 전달 때문인지 신입생들이 자거나 핸드폰을 많이 했거든요. 더 기억에 남고 실질적인 인권 교육을 위해 라디오처럼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성소수자, 장애인, 음주와 관련된 사연을 얘기하면 해당 인권교육을 진행했죠. 전문적인 전달을 위해 저희가 인권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고, 인권교육 시간 역시 2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렸어요.”라며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총기획한 자연과학대학 새내기 배움터 정책팀장 송가현씨(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말했다.
물론 모든 준비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처음 시도해보는 교육방식임에도 적절한 사연 구성과 전문성 있는 교육 내용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대 내 성소수자분의 인터뷰와 QIS(서울대 성소수자동아리) 자료집을 기반으로 구성한 성소수자 사연, 턴투에이블(서울대 장애인권동아리) 자료집과 자연대 내 장애인분의 피드백을 합친 장애인 사연 등 실제 인터뷰와 피드백을 통해 현실과 가까운 사연을 구상했다. 동시에 비록 보수도 없고 쉬운 일도 아니지만 건강한 대학 문화를 만드는데 의견을 함께한 재학생들과 인권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회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외에도 언제든 들러 숙취해소제, 커피, 녹차 등을 마실 수 있는 자향만당을 운영하거나 1년간 술을 마시지 않는 18학번의 삶을 인터뷰하는 등 새내기의 건강한 음주문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고 송씨는 덧붙였다.
성공적으로 새내기 배움터가 진행됐음에도 내년에는 학생들의 참여를 더 잘 이끌어 행사를 준비하고 싶다는 송씨를 보며 앞으로 꽃 피울 서울대학교의 건강한 대학 문화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진다.
작성 : 이도신 서울대학교 홍보대사. (서울대 의류학과)
자료제공 : 학생지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