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잘 맞추는 우등생이 입시에 성공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한다면, 그 다음은 진짜 지식인이 되기 위한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모범생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는 지식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어떤 성장통이 필요한 걸까? 자신만의 연구로 빛을 내고 있는 젊은 교수 7인이 말하는 우리들의 성장기.
"수학을 좋아해서 경제학을 선택했어요. 학부 저학년 때 내가 과연 맞는 전공을 선택한 것인지 확인해 보려고 경제학 책을 하나 사서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어요. 1년간 수업을 들어도 남의 학문 같던 경제학이 그 때 나의 것이 되었어요. 작지만 나만의 집을 짓기 시작한 거죠. 학문은 아등바등 배워서 전 과목 A+를 받는 일이 아니라, 지도교수(advisor)의 충고를 받으며 나의 집을 짓는 일입니다. "
- 이지홍 교수 (경제학부)
"학교를 다녀요, 지식을 배워요, 문제를 풀어요, 성적을 받아요. 이건 굉장히 정직한 과정이에요. 그런데 서울대 학생의 무의식까지 뻗어 있는 이 정직함이 스스로에게 한계가 되는 시점이 와요. 세상에 없는 로봇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겁부터 나요. 아무도 못한 걸 내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우선 시작하고 나면 내가 아는 지식과 정답, 그 너머에서 해법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스스로에게 한계를 극복할 기회를 줘야 해요. "
- 김호영 교수 (기계항공공학부)
"올해 만든 강의자료를 내년에 쓸 수가 없어요. 인공지능 분야는 중요한 논문이 한 해 수천 건씩 쏟아지거든요. 인류 발전의 최선두에서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엄청난 소용돌이 속을 걷는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연구가 산업과 직결되어 있어서 기업에서 연구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스쿱 당하는 일도 흔하죠. 그래도 제가 가르친 학생이 저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취직하기도 하니 이 속도전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 윤성로 교수 (전기정보공학부)
"세상이 변화하면 거기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법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에너지전환, 생물다양성보존, 인공지능 등의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이죠. 이런 문제들은 어떤 추상적이고 변하지 않는 정의(Justice)가 항상 존재해서 그것만 있으면 늘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 상황이 어떤 이해관계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기술의 진보는 자원의 바람직한 배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학문의 상호적 관점에서 정의와 법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이유입니다."
- 허성욱 교수 (법학과)
"새로운 약을 만든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이건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이 있어서 그 주제에 도전하는 게 아니에요. 용기를 내서 시작해 보는 거에요. 열심히 하다 보면 하나 하나 풀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게 되고 그 때 비로소 자신감이 생기는 거에요. 스스로 하고 싶은 연구를 찾아서 해야 하는 이유가 그거에요."
- 이우인 교수 (제약학과)
"과거에 우리 사회는 여아를 선택 낙태하는 방식으로 여자 인구를 조절했어요.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번식을 억제하고 있어요. 인간이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기 때문에 인구는 그 사회를 반영합니다. 인구학은 여러 관점을 종합하는 다학제 학문입니다. 기존의 학문 경계를 넘어 설 때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
- 조영태 교수 (보건학과)
"세상에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은 거 같죠? 세상에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많습니다. 문제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서 정의하는 거거든요. 내가 발견한 문제를 열심히 풀다 보면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거나 열등감을 느낄 일이 없어요. 반대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자신만의 문제를 찾지 못하는 인재는 세상에서 자기 역할도 없는 거에요."
- 이진형 스탠퍼드 대학 교수 (전기공학부 95학번)
* 서울대학교 홍보영상 제작을 위하여 인터뷰한 영상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