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심장수술 역량강화 한국 초청 연수 참가자들과
김웅한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부센터장(서울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센터장 이종구)는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단장 권용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사장 인요한)과 함께 2017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TASH) 의료진 9명을 대상으로 심장수술 한국 초청 연수를 진행했다.
흉부외과, 소아심장과, 마취과 의사와 심폐기사, 중환자실과 수술실 간호사로 구성된 에티오피아 의료진은 2개월의 연수 기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심장병 환자의 수술 전 관리와 수술 및 시술, 수술 후 회복치료까지 심장수술의 전반에 대한 임상연수와 최신지견 강의를 들었다. 연수생인 마헬렛 이브사 마취과 의사는 “각자 전문분야에 대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병원 시스템을 실제 경험하고 각기 다른 분야의 의료진들이 서로 어떻게 협업하는 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연수 프로그램을 평가했다. (별첨 인터뷰 기사 참조) 연수생들은 9월 27일 수료식을 앞두고 있으며, 30일 두 달 간의 연수를 마치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갔다.
이번 초청연수는 지난 7월 진행된 현지 심장수술교육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었다. 2017년 10월 14일~21일 동안에는 서울의대 교수진과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현지 의료진과의 공동수술과 보수교육도 시행했다.
에티오피아 의료진의 심장수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이 사업은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아디스아바바대학교,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2017년 4월 체결한 MOU를 기반으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이종욱펠로우십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3년 간 지속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2015년 에티오피아 의료진 11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심장수술 역량강화 연수(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후원)를 진행하였으며, 같은 해 11월 연수 참가자들과 함께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공동 심장수술을 진행한 바 있다. 2016년부터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같은 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에티오피아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등에서도 심장수술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故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뜻을 따라 국제의료문제에 대한 교육, 연구, 정책자문, 국제공헌 실천을 목적으로 2012년 설립되었다. 의대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과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국제의학교육과 연구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중저소득국의 의료 인력과 보건부관료를 대상으로 의료역량 강화 교육 및 보건의료 정책 연수를 운영하고 있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서울대학교의 우수한 인력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 국제개발 원조효과성을 실현하고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홈페이지 : www.jwleecenter.org)
[인터뷰] 마헬렛 이브사 마취과 의사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
지난 7월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에서 개최된 현지 심장수술과 교육에 연이어 진행된 이번 연수 참가자 중 마취과 의사인 마헬렛 타데세 이브사 조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브사 조교수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마헬렛 타데세 이브사 조교수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 마취과)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줄곧 심장마취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2014년 12월부터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 마취과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심장과 관련된 수술이 있을 때마다 참여해왔습니다. 2015년에 이집트 카이로 국립심장센터에서 5개월 간 성인 심장수술 마취 연수를 받았고요. 심장마취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향상시킬 기회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연수는 저에게 좋은 기회였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이 곧 마무리 됩니다.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점을 향상시킬 수 있었나요?
에티오피아에서 주로 성인 심장수술을 다뤘기 때문에 소아심장수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연수 프로그램이 소아심장수술 전반에 맞춰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기대를 했었는데요. 특히 경식도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전에 연수를 받은 이집트 병원은 규모가 컸지만, 경식도심초음파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아 아쉬움을 갖고 있었거든요. 이번 연수에서 경식도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배우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는데, 어느 정도 달성 한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자주 접할 수 없던 복잡한 심장기형 수술 사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고요.
또한 오전과 오후에 각각 임상연수와 이론강의가 배치되어 있던 것도 소아심장수술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임상연수는 환자 치료 중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세히 설명을 듣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오후 이론강의를 통해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아심장수술과 관련된 모든 과의 교수님들께서 돌아가며 강의를 해주셨는데, 심장수술은 여러 과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다른 과와 관련한 지식을 서로 연결시켜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특히 경력이 짧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 연수에 참여한다면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연수 과정이 에티오피아 의료진 사이에 팀워크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네, 두 달 동안 함께 배우고 시간을 보낸 것이 협력적인 팀 분위기를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 의료진들이 협력하고, 업무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서 에티오피아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매주 화요일에 환자 경과를 공유하고 향후 치료 계획을 논의하는 정기회의에 참석하였는데, 각기 다른 과의 의료진이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찾아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병원의 시스템과 조직운영, 의약품과 의료기기 관리 방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환자를 보살피는 의료진들의 태도도 인상적이었고요. 사실 에티오피아에서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거나 질환이 복잡한 환자들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디스아바바대학교 부속병원에 돌아간 이후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심장마취 분야의 전문성을 계속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심장수술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제 지식과 기술도 함께 계속 향상되겠지만, 문제는 현재 우리병원의 심장수술이 일 년에 세 번 정도밖에 되지 않고 외국 의료진이 방문할 때에도 1주일 정도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저는 평상시에 다른 수술에 투입될 수밖에 없고, 많은 환자들 역시 외국 의료진이 올 때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현재 저와 동료 의료진의 실력을 고려하면 조만간 쉬운 단계의 수술부터 자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실제 수술이 지속되려면 자원과 병원 운영방식 등 넘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수술은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구가 많아 수술비용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는 병원 형편 상 갑자기 심장수술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약품을 구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장애물을 하나씩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심장마취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