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정규직 여성 근로자보다 1.4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가 정규직에 견줘 고용 불안정 등의 이유로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직장인 5천338명을 정규직(남 2천167명, 여 1천326명), 비정규직(남 714명, 여 1천131명)으로 나눠 고용형태와 건강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참여자를 대상으로 심뇌혈관질환과 연관된 건강행태, 위험요인, 건강검진 이용률 차이를 성별로 분석했다.
이 결과 여성에서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정규직보다 1.42배(42%)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남성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이런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같은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직업의 불안정성에 따른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 커 고혈압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박상민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보다 건강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적은 데다 식습관도 상대적으로 좋지 못해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면서 "다만, 남성의 경우는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건강 상태가 채용과 고용 유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여성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의 건강검진 이용률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고혈압의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예방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도 정규직에 대비한 비정규직의 검진 이용률은 남성이 28%, 여성이 44%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뇨병에 대한 예방적 건강검진 이용률도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남성이 42%, 여성이 45% 낮았다.
박 교수는 "비정규직의 건강검진 이용률이 낮은 것은 그만큼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의 발견과 예방은 향후 국가 공중보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정규직 근로자의 예방 검진 접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