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 A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서울대입구역 근처 숙박업소를 예약하고자 길을 찾고 있었다. A는 길을 헤매던 중 숙박업소처럼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는 사람 B를 보았다. 이 건물은 지하에 술집(Bar)이 있고 1층에 음식점이 있는 다세대주택이었으나 외국인인 A에게는 이곳이 레지던스나 호텔처럼 보였다. A는 B에게 질문을 하고자 건물 계단을 따라 들어갔고, “헬로(hello)”라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B는 대답을 하지 않고 문을 닫고 들어갔고, A는 건물에서 나와 다시 길을 찾다가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 숙박업소를 찾아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A는 주거침입죄로 기소되었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한국의 사법체계를 알지 못하는 서울대학교 유학생A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유학생 A의 법률상담 신청을 받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법률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취약한 학내 구성원을 돕고자 하는 공익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외국인 유학생의 형사 변론을 맡았다.
공익법률센터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형사변론을 진행하였다. ‘2020년 하계 프로보노 프로그램-지역사회법률구조 프로보노’에 참여한 학생과 2020년 2학기 ‘지역사회법률구조 클리닉’ 수강 학생들과 함께 1심 무죄 변론에 필요한 법리를 리서치하고, 검사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였다. 특히 ‘지역사회법률구조 클리닉’ 수강 학생들이 직접 변호인의견서, 증거에 관한 의견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사항, 변론요지서를 작성하였고, 담당 지도변호사와의 토론과 피드백을 거친 완성본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1심 재판부는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주거침입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되었다. 항소심에서는 공익법률센터에서 공익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이 센터 지도 변호사의 지도하에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형사 변론에 참여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위법함이 없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지난 4월 초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유학생 A는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동안 학업이 마무리되었음에도 형사재판으로 인해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귀국이 늦어질수록 본업으로 복귀가 늦어져 고용관계 상 불이익을 받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의 적극적인 법률구조 활동과 많은 학생들의 기여 끝에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송을 담당한 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윤지영 지도변호사는 “검찰에 의해 무리하게 기소된 서울대 학생이 억울함을 풀고 고국에 귀국하게 되어 기쁘다”며 “로스쿨 학생들의 성실하게 사건을 조사하고 서면을 작성해서 사건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서울대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공익법률센터의 법률구조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더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법률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취약한 학내 구성원 및 지역사회 구성원을 위한 법률구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법률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취약층을 돕는 동시에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실제 사건을 통해 법률 전문가로 성장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공익적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자료제공 : 법학전문대학원(02-880-6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