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여는 미래’, 학부대학 설립 릴레이 포럼

학부교육 혁신에 관해 서울대 구성원의 지혜를 모으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교육위원회와 학부대학 설립추진단(이하 추진단)은 2024년 상반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학부대학 설립 릴레이 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아직은 낯선 개념인 ‘학부대학’이란 무엇이고, 우리에게 왜 학부교육이 필요한지 그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다. 포럼의 대주제는 ‘학부교육 혁신, 우리가 함께 여는 미래’로, 전 회차 기초교육원 대강당에서 온라인 생중계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제1차 학부대학 설립 릴레이 포럼 포스터
제1차 학부대학 설립 릴레이 포럼 포스터

 

함께 청사진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

제1차 포럼은 ‘학부대학의 청사진을 펼치다’를 주제로 지난 4월 9일(화) 열렸다. 학부대학을 향한 관심을 방증하듯 점심시간임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기초교육원 대강당을 빼곡히 메웠다. 이날 포럼은 지금까지 추진단이 구상한 학부대학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의논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의 ‘학부대학 추진 방향 소개’ 발표로 포럼이 시작됐다. 김성규 부총장은 포럼의 발표 내용은 완성된 안이 아닌 의견 개진을 위한 토대이며, 세부 내용은 여러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수정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학부대학은 ‘서울대학교 교육 혁신의 플랫폼’으로서, 경계를 넘나들고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미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한다. 그간 ‘학부대학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구조, 교육과정, 추진체계 및 일정 등 윤곽을 구상해왔으며, 13건의 학부대학 관련 연구과제를 통해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학부대학의 기본 틀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통핵심역량교육, 융합교육, 글로벌교육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김성규 부총장은 “현재 교원, 직원, 학생 등 약 90명이 추진단 및 실무위원회로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 3월 출범 전까지 학내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여 단계적으로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기초교육원 노유선 원장의 ‘기초교육원: 역할과 한계’ 발표가 이어졌다. 학내 교양 교육을 이끄는 기초교육원은 2002년 개원해 2004년 지원시설로 독립했다. 기초교육원의 가장 큰 역할은 기초 교양교육을 전 캠퍼스에 제공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특화 교양교육, 대학원 공통교육과정, 교수학습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유선 원장은 “기초교육원은 2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왔으나, 몇 가지 뚜렷한 한계가 있다”라며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에 따르면, 기초교육원은 핵심적인 교육기구이나, 행정상 ‘지원시설’로 전임교원이 부재하여 장기적 교육계획 수립과 추진, 실효성 있는 학생지도 등 어려움이 있으며, 교수회의 중심으로 운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노유선 원장은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2007~2025)>과 ‘기초교육원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평가 연구, 2010’ 등을 인용하며 설립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러한 한계가 인식됐으며, 그 대안으로 학사조직, 교육기구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음을 소개하며 발표를 마쳤다.

 

제1차 포럼 사회를 맡은 신혜경 교수(인문대학 미학과)
제1차 포럼 사회를 맡은 신혜경 교수(인문대학 미학과)

 

이어서, 이지현 교육부처장의 ‘학부대학 교육과정 초안’ 발표와 김연상 교무부처장의 ‘학부대학 조직 구성안’ 발표가 진행됐다. 이지현 부처장은 교육과정의 기준점인 인재상과 핵심 역량 키워드를 도출하기 위해 학내외 전문가, 졸업생, 재학생 52명을 심층 인터뷰했으며, 그 결과 ‘도전・혁신’, ‘공감・공헌’을 키워드로 하는 인재상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도출된 학부대학의 교육 목표와 교육과정(안)을 공유하며, 구체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김연상 부처장의 조직 구성안 발표에서는 학부대학 조직의 큰 틀을 제시했다. 초안에 따르면 학부대학장을 중심으로 기초교육위원회와 교수위원회가 운영을 이끌고, 교육부학장・교무부학장・학생부학장・기획부학장으로 구분하여 조직이 구성될 계획이다. 김연상 부처장은 “조직 구성은 아직 초기 스케치 단계이며, 여러 의견을 취합하여 최선의 조직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세션이 진행됐다. 대규모 강좌에 관한 우려, 인재상의 적합성, 기존에 존재하는 조직과의 차별성에 관한 문제, 소규모 학과의 고유한 가치에 관한 고민 등 폭넓은 관점에서 열띤 질문과 논의가 오갔다. 학부대학 참여 교원에 관한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의 질문에 노유선 기초교육원장은 “여기에 계신 전임교수, 강의교수 모두 학부교육 혁신의 주체가 되어주셨으면 한다. 교육 혁신은 기존의 교양, 소양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의 전환이 중요한데, 각자의 영역에서 이러한 교육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오늘 주신 모든 의견에 감사드리며, 추진단에 언제든 건설적인 의견을 주신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발표를 마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세션
발표를 마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세션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을 생각하다

지난 4월 23일(화)에는 “국내외 학부대학의 교육 경험, 우리에게 필요한 학부대학 모델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2차 포럼이 열렸다. 두 번째 포럼은 도쿄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이하 NUS), 성균관대학교 등 국내외 학부대학 모델 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포럼에 앞서 유홍림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학부대학이라는 아이디어는 ‘지식에만 국한되지 않은 핵심, 융합, 글로벌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것이 교육혁신의 토대이자 지향점인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포럼 자체도 하나의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포럼의 의미를 짚었다.

 

제2차 포럼의 문을 연 유홍림 총장의 개회사
제2차 포럼의 문을 연 유홍림 총장의 개회사

 

먼저, ‘도쿄대학 교양학부의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에 대하여’를 주제로 쓰키아시 다츠히코 교수(도쿄대학교 교양학부)의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에 따르면, 도쿄대는 입학 시 학부와 학과가 결정되지 않으며 1・2학년 모두 교양학부 전기과정에 소속된다. 학생들은 학과 대신 문과 1・2・3류, 이과 1・2・3류로 나뉜 과류(科類)에 속해 2년을 보낸 후 후기과정 학부와 학과를 결정한다. 도쿄대 교양학부는 ‘문리(文理)의 틀을 초월하여 기존의 지식, 경험, 사고의 한계에서 해방됨으로써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는, 자립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이념으로, 기초과목, 세미나, 종합과목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쓰키아시 교수는 “학년마다 약 200명이 교양학부 후기과정에 진학하며, 학생들이 학제과학, 통합자연과학, 학융합 등 다양한 코스 중 복수의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한 이수 제도를 제공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다음으로, NUS의 Ridge View Residential College(싱가포르 국립대의 기숙형 대학 명칭, 이하 RVRC) 펠로우인 Eunice Ng 박사가 기숙형 대학 운영 경험을 나누었다. NUS의 RVRC는 1・2학년생 550명, 졸업반 학생 50명, 교환학생 50명으로 구성되며, 학생들은 2년간 RVRC에서 배움과 생활을 병행하게 된다. 배움의 측면에서, RVRC에서는 학부 필수 과목과 연계되는 일반교육 네 강좌를 수강하도록 하는 정규 교육과정과 칼리지 프로그램, 학생주도 활동으로 구성된 비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강좌당 16-18명의 학생이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과 함께 경험 중심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비정규 교육과정에서는 기업 방문, 실무자와의 만남, 프로젝트 협업, 봉사활동 등 학습을 보충하는 활동을 한다. Eunice Ng 박사는 “RVRC 프로그램은 강의실 너머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강점이 있으나, 지속적인 강의 프로그램의 개발과 학생 동기부여가 과제”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발표 중인 Eunice Ng 박사(좌)와 유홍준 교수(우)
발표 중인 Eunice Ng 박사(좌)와 유홍준 교수(우)

 

이어지는 발표는 유홍준 교수(성균관대학교 前 부총장, 前 학부대학장)와 자유전공학부 조준희 교수가 맡았다. 먼저, 유홍준 교수는 2005년 학부대학을 도입한 성균관대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는 전교생에게 정선된 교양기초교육을 제공한다는 방향성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교과 구성은 핵심, 균형, 기초 등 3원화된 구조로, 학부대학, 개별학과가 참여하지만 모든 교과 개설, 시간표 편성, 교육과정 운영을 학부대학에서 관장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향후 학부대학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문과대학과 자연대학이 함께하는 ‘성균칼리지(성균 문리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의 비전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자유전공학부 조준희 교수는 ‘University College’라는 개념을 해외 학부 중심 대학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조준희 교수는 “우리의 학부대학은 네덜란드에서 사용한 ‘Undergraduate Liberal Arts & Science’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공이나 진로와 무관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대학 자체의 경험, 교육이 교육 자체로 있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리버럴 아츠 교육에 관한 해외 주요대학의 사례를 소개했다.

 

앞선 두 차례의 포럼은 학부대학의 기본 틀에 관해 고민하고, 국내외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세 차례의 포럼을 남겨두고 있다. 제3차 포럼은 학생 세션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려지며, 제4차 포럼은 집단 토론 세션으로 ‘SNU 인재상을 위한 학부대학 교육,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제5차 포럼은 공청회 형태로 종합적인 의견 수렴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더 많은 구성원의 관심과 의견이 더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제3차~제5차 포럼 주제와 일정
제3차~제5차 포럼 주제와 일정

 

서울대 소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