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빛 속 무한 시간을 꿈꾸는 ‘벽화’의 길: 미술관에서 기초교육원까지

캠퍼스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가을에는 여러 행사들이 가득하다. 특히 올해는 캠퍼스에서 대형 프레스코 벽화를 온전히 감상해 볼 수 있는 현장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정문을 통행하는 학내 구성원이라면 미술관 야외 광장을 채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등 수십 명의 고대 그리스 현인들의 모습에 시선과 발길이 저절로 멈춰 서졌을 것이다. 10월 초부터 장막에 가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 거대한 작품은 지난 11일 미술관의 개교 77주년 기념 특별전시 <진리의 빛, 예술로 환히 밝히다> 개막식에서 공개되었는데 바로 지난 500년 동안 수없이 모작되고 재해석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의 걸작 <아테네 학당>을 미술가 선우항이 현대 프레스코화로 재현한 <아테네 학당에의 경의>이다.

 

 가을 햇빛 속 무한 시간을 꿈꾸는 벽화의 길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없는 고대 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창조해 놓은 라파엘로의 걸작은 프랑스의 국회의사당, 버지니아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파리 국립도서관 등에서 그 의미를 되살려 모사본을 제작, 설치해 왔다. 이번 서울대학교 교정에서는 고대 아테네의 철학자들이 품었던 광대한 관심 분야, ‘필리아’라는 어원에서 발견되는 우애, 형제애 (friendship)가 오늘날 지식인에게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장이 되고 있다.

수백년을 견디는 반영구적인 지속력과 컬러가 벽에 스며들며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프레스코화는 동서양 모두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회화 기법이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힘 있는 특유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젖은 회벽이 마르기 전 숙련된 필치로 채색을 끝내야 하는 기법적인 어려움 탓에 점차 캔버스 위에 유채 물감으로 그리는 회화에 자리를 내주고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는데, 선우항 작가는 고대 프레스코화 기법을 연구하여 현대 회화로 발전시켜왔다.

 

가을 햇빛 속 무한 시간을 꿈꾸는 벽화의 길

 

기초교육원에서는 선우항 작가와 함께하는 ‘Wall! Wall! Wall! - 프레스코화 제작을 공개하다’라는 이름의 행사를 통해 서울대 구성원들이 프레스코화 벽화 제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는 10월 26일부터 11월 16일(주말 제외, 13-17시)까지 기초교육원에서 관정관을 향하는 뒤편 콘크리트 골목에서 진행된다. 완성작만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이번 행사에서는 벽화의 기초 작업부터 채색 과정에 이르는 프레스코화 벽화 제작의 전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 도중 그림 작업과 관련한 문의 사항도 현장에서 직접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가을 햇빛 속 무한 시간을 꿈꾸는 벽화의 길

 

이 기간 중 기초교육원에서는 프레스코화에 대한 강연이 진행된다. 강연에서는 프레스코화 전반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프레스코화의 역사 및 제작 기법까지 다룬다. 해당 강연에는 선우항 작가, 고고미술사학과 박정호 교수, 화학부 이동환 교수가 참여하며 11월 9일 오후 3시 기초교육원 61동 320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 제목: Wall! Wall! Wall! - 프레스코화 제작을 공개하다

공개 제작 기간: 2023. 10. 26.(목) - 2023. 11. 16.(목) 오후 1시-5시

※ 주말 제외

  제작 장소: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관정관 뒤 편 길목 콘크리트 벽면

  강연 일시: 2023. 11. 09.(목) 오후 3시

  강연 장소: 기초교육원 61동 320호

 

 

기초교육원 · 미술관 공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