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년사

서울대학교 학생, 교직원,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정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전례없는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환자와 사망자가 끊이지 않았고,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썰렁했고, 강의실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는 듯해서 조금 마음을 놓다 보면 다시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울대학교는 인류가 직면한 재난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자 나름대로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겨울을 맞아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2021년 새해를 맞습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에 새벽 일출을 보면서도 포부와 각오가 예년 같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냥 움츠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난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끝을 내지만, 동시에 다른 세계를 시작하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팬데믹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활동을 수행한 의료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힘들고 외롭지만 격리 지침을 잘 준수했던 시민들은 우리가 서로 공감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대학의 상징인 도서관과 기숙사를 계속 열었고, 대학원생들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연구실을 지켰습니다. 직원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 학생들의 적응을 도왔고, 지난 달에는 엄중한 환경에서도 대학입시가 잘 진행되도록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습니다. 또한 많은 교수님들은 SNU 국가전략위원회와 데이터 기반 코로나19 사회 연구팀을 중심으로 재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지식 공유에 앞장섰습니다. 이처럼 모든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다행히 서울대학교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큰 사고 없이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가 우리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대변혁 시대는 위험도 많지만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인류사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가와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슬기롭게 노력하면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2021년이 어떤 해가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명공학, 정보기술,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이 대학과 사회의 변혁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더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고, 그 속에서 우리가 인간의 책임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할 필요성은 더 고조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4차 산업혁명 이상의 큰 변혁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새해에 자신의 위치에서 이 대변혁을 수행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인류 사회에 기여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서울대학교 구성원 그리고 동문 여러분. 팬데믹과의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활력과 안녕을 유지하시면서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는 노력에 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사회와 공감하는 노력도 계속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소외된 사람 없이 우리 모두 함께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각자 최선을 다합시다. 2021년에는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캠퍼스에서 모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때 관악 캠퍼스를 꽉 메운 서울대학교 구성원 모두를 위한 즐거운 축제의 마당을 열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서울대학교 구성원 여러분과 동문 여러분의 행복과 건강을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4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세정